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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偶然) 속에 필연(必然)을 보며

필연(必然)은 "사물의 결과가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우연(偶然)은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않게 일어나다"는 뜻입니다. 우연을 필연으로 과하게 만드는 일은 고대 소설의 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고대소설은 권선징악적 주제로, 결말은. 해피엔딩이면서, 사건 전개는 항상 우연성에 기초합니다. 우연에 기초한 부자연스러움과 전개의 도약은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우리를 불편하게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필연이 사람의 우연으로 나타날 때 고대소설처럼 여겨지는 어색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연이 꼭 고대소설의 특징만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필연적 섭리를 발견하는 복선이기도 합니다. 언뜻 보면, 룻기는 하나님이 하신 일로 묘사된 것이 없는 듯 보입니다. 모두 우연(偶然)입니다...

칼럼 2023.07.10

순례(巡禮)씨로 사는 삶

견디고 살아내는 사람들은 강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착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은실님의 소설 "순례주택"의 주인공 순례씨가 나옵니다. 용인신문 백현주 기자는, 순례씨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건물주 순례 씨는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99쪽)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순례자처럼 살겠다는 생각에 이름을 순례(巡禮)로 개명하고 이를 몸소 실천하며 사는 순례 씨입니다. 힘들게 돈을 벌어 건물주가 되었지만, 그가 마련한 주택은 세입자들에게 몸의 보금자리뿐 아니라 마음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것을 봅니다. 세입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소소한 일상은 날카롭지만 따뜻하게 담는 건물주 순례씨의 이야기는 참 아름답습니다. 삶에서 닥치는 어려움을 '실패'보다는 '경험'으로 여길 수 있는 순례씨입니다. 그래서 부와 명..

칼럼 2023.06.25

내려놓음에서 내려놓게 됨 그리고...

참된 '내려놓음'을 위해서는 '맡겨드림'이라는 믿음과 용기가 필요 합니다. 맡겨드림이 내려놓음이 될 때, 내려놓음은 의미가 있습니다. 맡겨드림 없는 내려놓음은 둘 중에 하나입니다. 자포자기 아니면 이 또한 자기 의를 드러내는 또다른 방법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자포자기성 내려놓음 보다 자기 의의 실현으로서 내려놓음'입니다. 많은 분들이 영성의 이름으로 내려놓음을 결단하려 합니다. 만약, 내가 내 힘과 의지로 내려놓음을 실현할 수 있다면, 그건 내가 내 힘과 의지로 뭔가 해 내겠다는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이 또한 다른 모습의 자기 의가 됩니다. 타인 이야기가 아니라, 저 자신이 내려놓음을 위해 애쓰다가 알게 된 제 못난 속내였습니다. "주님 제가 다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칼럼 2023.06.12

순교(殉敎)와 순양(殉羊)

하나님을 위해 순교하겠다고 하지 마세요 2기 사역을 마친 후 안식월을 시작하고 첫 주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첫 주일에 보내는 설레는 마음, 그리고 담임목사 없이 첫 주일을 맞이하는 교회를 향한 그리움과 송구함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래서 짧지만 깊은 기도를 마음에 심고, 한 주간 마다 쓰기로 한 칼럼을 붙들어 봅니다. 젊은 신학도 시절, 목사 안수를 앞두고 저는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는 목사가 되고 싶어요" 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위해 "나의 생명을 드리니 주 영광 위하여 사용하옵소서" 고백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를 받으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좀 다르셨습니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목사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가장 무섭다. 너희는 사랑도 꼭 1등 해야 하니? 금메달 신앙, 금메달 목사 해야 하..

칼럼 2023.06.03

의도적 오해가 많은 로마서 13장을 의도에 맞게 이해하자.

송병주 목사 (LA 선한청지기교회) 1. 바울은 제국주의의 앞잡이였는가? 일본 제국주의는 오늘 이 본문을 근거로 일본 총독부에게 충성을 다해야 할 이유로 설명했다. 물론 이 일에 많은 선교사님들도 개입이 되어있었다. 당시 조선 선교사 협의회 대표로서 미국과 일본 사이의 카쓰라 테프트 조약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해리슨 감독은 롬 13장에 근거하여서, “모든 권력은 하나님께로부터 나왔으니 일본 정부에 순종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만약 독립운동이나 저항운동을 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일이 된다. 그러므로 조선 기독교인들은 일본정부에 순종하되 단 마음으로 순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는 3.1운동 같은 것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우리가 이 말에 동의할 수 있을까? 이렇게 사용되는 ..

묵상&설교 2016.11.17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본 한국교회 민낯

최태민의 길에 선 한국교회의 민 낯 송병주 목사 목사를 사칭한 선무당만 문제일까? 개신교 목회자와 교인들이 “최태민은 목사가 아니다”고 말한다.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전직 무당이고 신학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에게 목사 안수를 주고 목사로 받아준 어처구니 없는 교단과 목사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최태민만 문제일까? 아니면 돈을 받고 목사 안수를 준 교계 지도자들이 더 문제일까? 우리가 더 가슴아프게 돌아봐야 할 문제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최태민이 왜 목사를 사칭하고 기독교의 간판을 사용하려고 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필자를 슬프게 하는 그 이유는 선무당이 목사를 사칭하고 교회를 벤치 마킹하는 것이 돈과 권력을 갖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

공감과유감 2016.11.10

고장난 안전문

고장난 안전문 송병주 목사 1. 교회안의 젊은이 숫자보다 중요한 것 청년사역 세미나를 하면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청년들이 비어가는 교회에 대책이 뭐냐고 질문 받을 때 마다 꼭 대답하는 당부의 말입니다. 모두가 애매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저는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게 참 부담이 됩니다. 적당히 프로그램과 방법론 말하는 것이 쉽지만 이 부담 되는 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젊은이들을 싼 노동력으로 소모 시키지 말고 그들이 소비자가 되게 해 주십시오. 지금 교회안에 청년들이 많으냐 적으냐 보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과 등록금에 허덕이고 있는 젊은이가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는 일입니다. 타락한 세상 문화 즐긴다고 교회 안 나오는 젊은이는, 이런 배부른 소리한다고 교회 안 ..

공감과유감 2016.06.03

출 20장3절 / 십계명 제1계명 - 다른 신들이 문제가 아니라 내 욕망이 문제입니다.

1. 문제 제기 1계명은 영적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는 도전으로서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많은 오해된 해석이 존재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 오해를 바로 잡는 문제 제기를 통해 바로 잡으면서 오늘 본문의 의도를 찾아가고자 한다. 기독교인들 안에 1계명에 대한 오해가 있다. 바로 1계명과 2계명은 타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종교적 배타성을 강조한다는 오해이다. 그래서 비기독교인들은 “내가 이 배타성 때문에 기독교가 싫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 많은 기독교인들은 1계명을 근거로 기독교에 대한 충성심이 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로 증명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종교 시설물을 훼손하는 일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타종교를 향해 전투적인 삶을 사는 것이 1계명을 잘 지키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

묵상&설교 2014.06.21

십계명 서론 - 해방된 노예를 넘어

송병주 목사 (선한청지기교회) 1. 십계명에 대한 거부감 십계명 시리즈를 한다고 하면 율법주의로 받아들이거나 빡빡하게 혼나는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현대 미국같은 자유로운 사회에서 십계명을 이야기한다면 뭔가 얽어매는 부정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십계명을 배우라고 하면 뭔가 얽어매고 장악당하고 통제당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오죽하면 Man from Earth 라는 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I can sum up the ten commandments in ten words: Don't, don't, don't, don't, don't, don't, don't, don't, don't, don’t!" 돈돈돈돈돈 돈돈 돈돈돈 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것자체가 이미 틀렸다. ..

묵상&설교 2014.06.14

<세월호> 지금 어른이 해야 할 말

미주 중앙일보 기윤실 칼럼 - 지금 어른이 해야 할 말 1. 어린이 문학의 의미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어린이 문학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어린이 문학은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하고 아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어린이 문학’처럼 될 때 세상은 참 예쁠 것 같다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 세월호를 겪는 지금의 어른들은 어린이 문학과 거리가 매우 먼 막장 드라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유난히 어린의 문학의 정의가 우리를 참 슬프게 합니다. 2. 가만히 있으라? vs 가만히 있으라! 어른 전문가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습니다. 나름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이유는 아이들을 실종자로 만들었습니다. 어른 전문가들은 실종자 부모들에게..

공감과유감 2014.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