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유감

입양아 돌본 승무원 (스튜어디스) 이야기

양치는선비 2011. 3. 6. 05:03

양치는선비 송병주 

아래의 글은 제가 아고라에 올렸던 글입니다. 20만명이 넘는 조회율을 보였군요. 
안타까운 입양아 소식과 아울러 소박한 사명을 감당하는 스튜어디스들의 헌신에 감격했던 것 같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나누기 위해 올린 글이 워낙 반향이 크다보니 저도 좀 놀랐습니다.
아고라에 올린 글, 2가지를 블로그에 다 모아봅니다. 
또 아고라에 올린 글을 잘 못찾으시는 교인들이 부탁을 해서 편하게 보시도록 모았습니다. 

======== 첫번째 올린 글 =========

지난 2월25일 금요일에 인천에서 LA로 가는 아시아나 OZ 204 비행기를 탔었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해서 이렇게 용기를 내어 글을 올려봅니다.

2주간 이상을 한국과 중국에서 보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LA 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앞으로 10시간을 가야 하는 긴 여정인지라 시차를 걱정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앉자마자 어린아이의 찢어질 듯한 울음소리가 계속 들리더군요. 아이가 너무 운다 싶어서 관심있게 지켜보니 한국 아기인데 미국인 젊은 여성이 안고 어쩔줄 몰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옆에서 젊은 미국인 남편도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었구요. 한 눈에 "아... 입양되어 가는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이의 비명같은 울음으로 인해 그 미국인 부부는 이미 지칠대로 지친 표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공항에서 쇼핑할때에서도 , 출발하기전 Gate앞에서도 찢어지게 들리던 울음소리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스튜어디스가 아이를 품에 안고 안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의례히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정성스레 돌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땀을 닦아주고, 너무 더워 하는 것을 알고 옷을 벗겨주며 아이와 함께 하더군요. 울던 아이도 조금씩 안정이 되어 갔구요. 하지만, 엄마에게 돌려주면 다시 울고... 그렇게 반복하기를 여러번... 결국 두명의 스튜어디스가 손님들 serving을 하면서 아이를 본격적으로 돌보았습니다. 
싫은 표정없이 돌보는 모습을 보고 감동해서 "힘들지 않으세요?"하고 묻자 밝게 웃으며 대답하시더군요. "이번에 입양된 아이인데, 처음으로 미국인을 보아서 낯가림이 심한 것 같아요. 한국 사람인 저희에게는 애가 편하게 오는데, 처음 보는 미국 엄마인지라... 너무나 또렷하게 '엄마. 엄마' 하는데 마음이 안되어서요." 그러면서 "손이 덜덜 떨리네요." 하고 웃는 모습이 너무 보기에 좋았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고 모두가 잠든 시간... 저도 한숨 자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났는데, 아이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더군요. 가다가 보니 미국인 부부는 지쳐 잠이 들었고, 아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을 찾아 스튜어디스들이 있는 곳으로 가니 놀랍게도 스튜어디스가 그 아기를 업고 재우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옆에서 살짝 보니 아이도 어느새 조금씩 잠이 들기 시작했구요... 그 잠든 아기 모습과 헌신적인 스튜어디스의 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제가 눈 시울이 살짝.. 했습니다. 

이 순간이 기억도 안날 아이... 그저 한국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앞으로 거의 갖지 못할 아이지만, 그렇게 정성으로 돌봐주는 모습이 너무 참 좋았습니다. 다들 잠든 시간, 그분들도 쉬는 시간일텐데... 그렇게 돌보는 모습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것이 남들이 보이는 자리에서 이러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커튼 쳐져서 다른 승객들에게는 보이지도 않는 곳, 승무원들만 따로 있던 곳이었습니다. 화장실 찾느라 들어갔다가 저도 우연히 보았지요. 그래서 저에게 더 의미있는 모습이었습니다. 

LA 에 도착하고 애기 아빠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너무 감사해 하더군요. 한국 사람들이 친구로 여겨지고, 앞으로 많은 한국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이 정성이 앞으로 그 아이에게 한국이란 것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폐아인 막내 아들을 데리고 비행기를 타면서 거의 10시간을 서서 왔던 그 심정을 제가 아는지라, 부모 입장으로서도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 사는 세상이 더 훈훈해지길 기대해봅니다. 10시간 비행기로 인해 피곤한 여정이었지만, 그분들로 인해 너무 좋았습니다. 

2/25 아시아나 OZ 204 인천 LA 구간의 2명의 아름다운 스튜어디스들을 정말 소개하고 싶습니다. 몰래 이름표를 살짝 봤습니다. 심**, 이**님 두분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이었습니다.


======== 두번째 올린 글 =========


원글 쓴 사람입니다. 약간의 후기를 남깁니다.

언필칭 <위대한 사명>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부끄러운 세상을 보면서
<소박한 사명>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소위 <위대한 비전>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더 열심히 의미있게 살고 싶은 이유가 된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두분의 미담을 나누었는데...  
제 생각보다 일이 훨씬 커져서 저도 약간 당황 되었습니다.
항공사에는 처음부터 감사 메일을 보냈고 지인들과 미담 공유하려고 썼었는데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다보니 예상치 못한 오해(광고성 등)가 있을까 우려가 되었습니다. 
이런 부탁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아무쪼록 편한 마음으로 봐주시고 항공사 비교 같은 것은 조금만 참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문을 보니 실명 공개를 부담스러워 하신 것 같아 이미 늦었지만 두분의 뜻에 따라 ** 처리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신 분들인데, 두분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혹시라도 불편하지 않으시길 기원합니다. 
만약 어떤 오해라도 있으면 글쓴이의 불찰이니 네티즌들의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 하는 모습이 더 의미있다 생각도 했고...
사진은 제가 자리로 돌아갔다가 너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다시 돌아가 뒤에서 살짝 찍었습니다. 연출된 것은 아니구요. ^^ 

아이는 미국내 다른 주로 다시 비행기를 바꾸어서 갔습니다.
LA에 살면 친구가 되어 편하게 돕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가 사는 곳에도 한국 사람들이 있는데, 그분들과 친해지고 싶다고 하더군요.
타주로 가기 위해 미국 비행기로 바꿔 타기 위해 간다고 하던데, 
그 비행기 안에서 심하게 울면 누가 돌봐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쨌든 앞으로 이런 사진은 안 올라 왔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비록 아름다운 일이지만, 이런 미담도 없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더 좋겠다 싶습니다. 
많은 분들의 댓글처럼 저역시 그 아이를 보는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이런 슬픈 일은 앞으로 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일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LA는 아침이지만, 우리 한국은 깊은 밤이겠지요. 좋은 꿈 많이 꾸시기 바랍니다. 
두분께 한번 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