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4

객석에서 본 무대

 송병주 선한청지기교회의 차세대 담임목사로 부임하고 벌써2달이 지났다.설교준비와 기도회 참여,그리고 목장심방등...이리뛰고 저리 뛰어다녔던2개월이... 짧았지만,대 서사시를 시작한 듯한 그런 무게를 느끼고 있다.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지만,당장 닥치는 현안에 정신이 없다보니“준비 잘 되십니까?”하는 질문에“준비는요 따라잡느라 정신이 없습니다.”하고 여유있는 척 웃으며 말하지만,정말 그 말이 사실이기도 하다. 문득 한해를 마감하며 부목사로서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아본다. 공연을 마친 배우가 객석에 앉아 무대를 다시 보는 느낌이랄까... 뭔가 열심히 박수갈채를 받으며 한 것 같지만, 막상 객석에 앉아 지나간 환영같은 내 모습을 그려보니 괜히 얼굴이 달아오른다. 짧은 단막극... 모든 것을 쏟아 놓은 것 ..

칼럼 2009.12.11

사랑의 반대

송병주 사랑의 반대는 무엇일까? 짧게 생각하면 "미움"이다. 조금 더 생각하면 "무관심"이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하면 사랑의 반대는 "사랑"이다. 사랑을 잃은 사람은 없다. 단지 그 사랑의 대상이 바뀌었을 뿐... 그저 우리는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다. "사랑을 잃어버렸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을 뿐... 자신에게 좀더 솔직해지면 사랑의 대상이 바뀐 것을 스스로 안다. 사랑의 상실과 무관심은 결국 "원인"이 아니라 다른 대상을 사랑함으로 발생한 "결과"임을 알게 된다.

칼럼 2009.11.11

무능한 전능자

송병주 "남용"은 능력이 아니다. 능력은 "무능"을 자처할 수 있을때,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힘을 절제할 수 있을때, 비로소 완성된다. 세상의 우상의 속성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힘의 남용이다. 그래서 그들은 전능해 보인다. 하지만, 하나님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신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얻어맞고, 채찍질 당하고, 십자가에 처형당한다. 사람들의 삿대질과 초롱과 침 뱉음에 그렇게 당하고만 있다. 자신이 지고 가는 십자가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용서"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님은 무척 무능해 보인다. 무능해서 용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다.

칼럼 2009.10.20

오후 5시같은 인생

마 20:1-16 송병주 1. 절망적이지만 절망할 수 없는 사람 한 사내가 해질녁 무렵 오후 5시에 여전히 인력시장앞에 서있다. 약하고 왜소한 몸에 어깨는 늘어진 땅거미처럼 축 늘어졌고, 그의 긴 그림자는 마음속 깊은 곳의 삶의 시름이 배여 있는 듯 하다. 작업도구가 들었을 것 같은 작은 가방을 매고 지친 몸이지만 눈빛은 여전히 잃어버린 귀중품을 찾듯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눈빛 속에 "절망과 갈망"이란 병립할 수 없는 단어가 겹쳐보이는 것은 왜일까? 시계를 보다 깊은 한숨을 내뱉은 동료가 옷을 툭툭 털며 혼잣 말처럼 말한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가세나. 오후 5시면 우리 같은 인생에게 오늘은 공친 날이야." 대답을 들을 마음없이 혼잣말처럼 뱉어놓곤 바로 자리를 떠나는 동료의 뒷모습을 바..

묵상&설교 2009.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