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주
선한청지기교회의 차세대 담임목사로 부임하고 벌써2달이 지났다.설교준비와 기도회 참여,그리고 목장심방등...이리뛰고 저리 뛰어다녔던2개월이... 짧았지만,대 서사시를 시작한 듯한 그런 무게를 느끼고 있다.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지만,당장 닥치는 현안에 정신이 없다보니“준비 잘 되십니까?”하는 질문에“준비는요 따라잡느라 정신이 없습니다.”하고 여유있는 척 웃으며 말하지만,정말 그 말이 사실이기도 하다.
문득 한해를 마감하며 부목사로서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아본다. 공연을 마친 배우가 객석에 앉아 무대를 다시 보는 느낌이랄까... 뭔가 열심히 박수갈채를 받으며 한 것 같지만, 막상 객석에 앉아 지나간 환영같은 내 모습을 그려보니 괜히 얼굴이 달아오른다. 짧은 단막극... 모든 것을 쏟아 놓은 것 같은 열정이 있었지만, 아쉬움은 저녁노을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진다.
“과연 나는 잘 해왔는가? 잘 하고 있는가? 잘 해낼 것인가?” 무대위에서 주인공처럼 뛸 때와 달리 빈 객석에서 내 인생의 무대를 복기하듯 생각하니... 부족함 투성이다.
그래서 마무리와 시작이라는 과정앞에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무대"보다"객석"에서 내 삶과 사역을 보는 법을 다시 배워야겠다...무대에서 정신 없이 뛸 때 객석의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지만,객석에 앉아 무대위의 내 모습을 다시 생각해볼때 내 스스로가 자신을 향해 박수를 쳐줄 수 있을지 그리고 누구보다 우리 성령님 보시기에 어떠실지 생각하게 된다.
지난 사역을 돌이켜 보면,객석이 박수쳐 주었던 순간이었지만,내가 자신을 볼때 오히려 야유를 보내고 싶은 순간인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반면에 객석의 환호는 없었지만,내가 자신을 볼때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은 순간이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객석이 기쁨으로 터트린 박수도 있었고,비록 박수를 쳤지만 꼭 마음을 담아서 친 박수가 아니란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 박수에 울고 웃었던 내 모습이 또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왜 내가 이 무대가 아니라 객석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좀더 가지지 못했을까하는 깊은 아쉬움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시작을 바라보면서...객석에서 다시 무대를 보는 연습을 더 해야겠다.무대의 우상에 중독되어 무대위의 내 모습과 자연인으로서 내 모습의 차이를 혼동하는 오류에 빠진"무대 중독증 환자"가 아니라 객석의 느낌과 생각 그리고 날카로운 다른 의견까지 들어야 함을 발견한다.또한 비록 관객을 속일 수 있는 있지만,결코 속일 수 없는 작가이며 감독이신하나님 앞에 서있음을 기억하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도하며 서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고백해본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시작된다.늘 떠오르는 태양이지만,똑같지 않은 하루를 살고 싶다.늘 넘기는 달력이지만,똑같지 않은 한해를 살고 싶다.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객석에서 무대를 다시 바라보며,지난 내 모습을 평가하고 다음 무대를 준비했으면 한다.이제1막1장을 마쳤다...우리 주님의"커튼 콜"을 듣기까지 다시 땀과 눈물 흘리기를 시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