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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인사 바꾸기 - 바복, 책복, 남복하십시오

송병주 새해가 되면 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합니다. 원래부터 "복"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에 잘 맞는 말이기도 하겠지만,"기복신앙"에 대한 알러지 반응을 가진 저로서는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늘 고민이 있습니다. 얼마전에 트위터에서 누가 저에게 목사인지 모르고 축복의 글을 써주셨습니다. "새해에는 대박나세요." 순간 "아멘"으로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 그리고 생각을 담아서 이렇게 썼습니다. "주신 축복을 감사하게 받습니다. 하지만, 목사인지라 '대박'은 좀 부담이 되는군요. 대박 나지 않고 '쪽박'을 차도 좋으니 옳고 바르게 사는 축복을 누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답글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고민하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게 복을 받으라는 ..

칼럼 2010.01.23

객석에서 본 무대

 송병주 선한청지기교회의 차세대 담임목사로 부임하고 벌써2달이 지났다.설교준비와 기도회 참여,그리고 목장심방등...이리뛰고 저리 뛰어다녔던2개월이... 짧았지만,대 서사시를 시작한 듯한 그런 무게를 느끼고 있다.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지만,당장 닥치는 현안에 정신이 없다보니“준비 잘 되십니까?”하는 질문에“준비는요 따라잡느라 정신이 없습니다.”하고 여유있는 척 웃으며 말하지만,정말 그 말이 사실이기도 하다. 문득 한해를 마감하며 부목사로서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아본다. 공연을 마친 배우가 객석에 앉아 무대를 다시 보는 느낌이랄까... 뭔가 열심히 박수갈채를 받으며 한 것 같지만, 막상 객석에 앉아 지나간 환영같은 내 모습을 그려보니 괜히 얼굴이 달아오른다. 짧은 단막극... 모든 것을 쏟아 놓은 것 ..

칼럼 2009.12.11

사랑의 반대

송병주 사랑의 반대는 무엇일까? 짧게 생각하면 "미움"이다. 조금 더 생각하면 "무관심"이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하면 사랑의 반대는 "사랑"이다. 사랑을 잃은 사람은 없다. 단지 그 사랑의 대상이 바뀌었을 뿐... 그저 우리는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다. "사랑을 잃어버렸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을 뿐... 자신에게 좀더 솔직해지면 사랑의 대상이 바뀐 것을 스스로 안다. 사랑의 상실과 무관심은 결국 "원인"이 아니라 다른 대상을 사랑함으로 발생한 "결과"임을 알게 된다.

칼럼 2009.11.11

안대를 푼 정의의 여신 디케

송병주 법대로 했다는 말이 참 아쉽다. 누군가에겐 법의 "관용성"이 최대한 적용되고 누군가에겐 법의 "엄격성"이 최대한 적용된다. 그래서... 법과 원칙대로 했다고 발표하는 언필칭 "소통"이라고 말하는 "호통"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법대로 했겠지..." 쓴 웃음을 지며 그 "누군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궁금할뿐... 정의의 저울을 든 디케는 눈을 가렸다. 저울과 칼의 품질은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의 정의의 여신은 "안대"를 풀어 던졌을 뿐... 그래서 보이는 눈으로 사람 봐 가며 칼을 휘두르고 있을 뿐...

공감과유감 2009.10.31

멈추는 것이 동사가 되는 삶

송병주 산을 정복하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정상만 보일뿐... 정상을 향해 가는 과정의 모든 것은 도구가 된다. 정상을 향한 발걸음에 유익한지, 걸림돌인지... 그 관점에서 이해한다. 하지만,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깊은 계곡에 흐르는 물도 길가에 핀 이름없는 꽃한송이나 풀 한포기조차 목적이고 의미이며 정겹고 사랑스럽다. 정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정상이 전부이지만 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정상도 산의 일부분이기에 사랑한다. 정복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오른다"는 동사가 중요하다. 하지만 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멈춘다"는 단어조차 동사가 된다. 산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렇게 교회를 섬기고 싶다.

칼럼 2009.10.29

무능한 전능자

송병주 "남용"은 능력이 아니다. 능력은 "무능"을 자처할 수 있을때,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힘을 절제할 수 있을때, 비로소 완성된다. 세상의 우상의 속성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힘의 남용이다. 그래서 그들은 전능해 보인다. 하지만, 하나님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신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얻어맞고, 채찍질 당하고, 십자가에 처형당한다. 사람들의 삿대질과 초롱과 침 뱉음에 그렇게 당하고만 있다. 자신이 지고 가는 십자가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용서"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님은 무척 무능해 보인다. 무능해서 용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다.

칼럼 200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