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7

우연(偶然) 속에 필연(必然)을 보며

필연(必然)은 "사물의 결과가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우연(偶然)은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않게 일어나다"는 뜻입니다. 우연을 필연으로 과하게 만드는 일은 고대 소설의 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고대소설은 권선징악적 주제로, 결말은. 해피엔딩이면서, 사건 전개는 항상 우연성에 기초합니다. 우연에 기초한 부자연스러움과 전개의 도약은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우리를 불편하게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필연이 사람의 우연으로 나타날 때 고대소설처럼 여겨지는 어색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연이 꼭 고대소설의 특징만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필연적 섭리를 발견하는 복선이기도 합니다. 언뜻 보면, 룻기는 하나님이 하신 일로 묘사된 것이 없는 듯 보입니다. 모두 우연(偶然)입니다...

칼럼 2023.07.10

순례(巡禮)씨로 사는 삶

견디고 살아내는 사람들은 강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착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은실님의 소설 "순례주택"의 주인공 순례씨가 나옵니다. 용인신문 백현주 기자는, 순례씨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건물주 순례 씨는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99쪽)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순례자처럼 살겠다는 생각에 이름을 순례(巡禮)로 개명하고 이를 몸소 실천하며 사는 순례 씨입니다. 힘들게 돈을 벌어 건물주가 되었지만, 그가 마련한 주택은 세입자들에게 몸의 보금자리뿐 아니라 마음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것을 봅니다. 세입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소소한 일상은 날카롭지만 따뜻하게 담는 건물주 순례씨의 이야기는 참 아름답습니다. 삶에서 닥치는 어려움을 '실패'보다는 '경험'으로 여길 수 있는 순례씨입니다. 그래서 부와 명..

칼럼 2023.06.25

내려놓음에서 내려놓게 됨 그리고...

참된 '내려놓음'을 위해서는 '맡겨드림'이라는 믿음과 용기가 필요 합니다. 맡겨드림이 내려놓음이 될 때, 내려놓음은 의미가 있습니다. 맡겨드림 없는 내려놓음은 둘 중에 하나입니다. 자포자기 아니면 이 또한 자기 의를 드러내는 또다른 방법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자포자기성 내려놓음 보다 자기 의의 실현으로서 내려놓음'입니다. 많은 분들이 영성의 이름으로 내려놓음을 결단하려 합니다. 만약, 내가 내 힘과 의지로 내려놓음을 실현할 수 있다면, 그건 내가 내 힘과 의지로 뭔가 해 내겠다는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이 또한 다른 모습의 자기 의가 됩니다. 타인 이야기가 아니라, 저 자신이 내려놓음을 위해 애쓰다가 알게 된 제 못난 속내였습니다. "주님 제가 다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칼럼 2023.06.12

순교(殉敎)와 순양(殉羊)

하나님을 위해 순교하겠다고 하지 마세요 2기 사역을 마친 후 안식월을 시작하고 첫 주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첫 주일에 보내는 설레는 마음, 그리고 담임목사 없이 첫 주일을 맞이하는 교회를 향한 그리움과 송구함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래서 짧지만 깊은 기도를 마음에 심고, 한 주간 마다 쓰기로 한 칼럼을 붙들어 봅니다. 젊은 신학도 시절, 목사 안수를 앞두고 저는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는 목사가 되고 싶어요" 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위해 "나의 생명을 드리니 주 영광 위하여 사용하옵소서" 고백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를 받으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좀 다르셨습니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목사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가장 무섭다. 너희는 사랑도 꼭 1등 해야 하니? 금메달 신앙, 금메달 목사 해야 하..

칼럼 2023.06.03

청년사역: 강건너 불 or 발등이 불

청년사역: 강건너 불 or 발등의 불 송병주 목사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 인구내 연령별 비율을 보게 되면, 한국의 20세-29세가 20%에 달합니다. 30-39세가 19% 입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40%가 젊은이, 혹은 젊은 커플이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회에서도 20대와 30대의 비율이 40%가 되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교회에서 이런 비율을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입니다.예를 들어, 어린이 포함 1000명이 모이는 교회라면, 20-30대의 청년들이 400명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20-30명도 안되는 교회들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청년비율이 40%가 되어야 정상인데, 지금 한국 교회는 2.5%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정도의 비율이라면 청년들은 거..

칼럼 2012.05.12

연약함과 완악함

연약함과 완악함 송병주 (선한청지기교회) 하나님은 죄인들의 연약함을 인해 분노하시는 분이 아니라 의인들의 완악함을 인해 분노하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합니다. “사랑의 하나님이 어떻게 징벌하실 수 있느냐?” 그리고 많은 그리스도인들 안에서도 두려움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소위 “이러다가는 하나님이 치실텐데…” 그래서 부끄러운 잘못과 죄를 지을 때마다 한 두번은 하나님 앞에 회개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끄럽고 미안해서 나가지 못합니다. 반복되는 고범죄로 인해 스스로에게 실망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포기하고 싶어합니다. 하나님을 떠나면 이런 죄의식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을까하는 얇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얇은 생각을 강력하게 시행하기도 합니다.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교회..

칼럼 2012.04.13

위대함과 소박함

양치는선비 송병주 너무나 쉽게 우리는 “위대함”에 대해 말해 왔었습니다. 위대한 사명, 위대한 소명, 위대한 비전… 그래서 그 위대함에 대한 추구가 교회를 더욱 크고 강력하게 영향력있게 만들어 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언필칭 그 원대한 비전과 사명이 얼마나 손쉽게 욕망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것인지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더욱 이제 당연과 물론으로 여겨왔던 위대함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주년을 맞으며 위대한 비전을 선포하는 것보다 “소박한 꿈”을 나누는 내려놓음이 필요하다 싶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원대한 비전을 논하기 전에 함께 차린 밥상을 나누며 "식구"임을 먼저 발견하는 소박함이 필요합니다. 화려한 예루살렘의 위대..

칼럼 2011.03.06

브리스길라가 아름다운 4가지 이유

더 많은 평신도 성경교사 브리스 길라와 아굴라의 출현을 기대하며... 행 18:22-28 / 송병주 목사 / 선한청지기교회 첫째. 영향력의 사람, 브리스길라.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바울의 평생의 동역자들이었다. 부부라고는 알고 있는데, 성경퀴즈에서 "남편 이름은 무엇일까요?" 한다면 남편이 브리스길라라고 하기 딱 좋다. 늘 언제나 브리스길라의 이름이 먼저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뜻보면 남편이 브리스길라이고 아굴라가 부인처럼 여겨진다. 당시 어법상 항상 영향력과 지위의 측면에서 남편 이름이 먼저 사용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두사람의 이름이 사용될때면, 항상 아내였던 브리스길라의 이름이 먼저 사용되었다. 이것은 브리스길라가 남편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비록 철저하게 남성 중심의 사회로..

칼럼 2010.09.15